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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리랑이여..책을 봐야지! 2018. 2. 24. 22:37
네이버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 (2007. 5. 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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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꼭 한 마디 하고싶다.
"아리랑을 꼭 읽어보시라."
아직도 보지 못하셨다면..
작가 조정래님은 어렸을 때 문득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왜 독립운동에 대한 얘기는 대표33인, 유관순 누나, 안중근이 다일까?
왜 최남선의 친일을 정당화 하는 시가 버젓이 "교과서"에 실렸을까?
그럼 독립운동의 나머지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래서 시작하셨다고 한다.
순수하게 펜을 드신 시간만 4년여 이고 실제로는 10여년이 걸리셨다고 한다.
나에게는 원고지 2만장이지만 과연 겨우 2만장으로 일제 치하에서 죽어간 400여만명 동포들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항상 경계를 삼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아리랑이고.. 나는 이 나이가 되서야 겨우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부끄럽게도..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제 1권을 읽을 때부터 제 12권을 읽을 때까지 한 순간도 떠나지 않은 감정이 있다.
분통스러움..
어떻게 이러한 진짜 역사는 전혀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역사를 흔히 승자들의 기록이라고 하는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절실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왜 한국 근현대사가 해방 때부터 그렇게 엉망일 수 있는지 정말 의문스러웠는데 이 책은 그 의문에 답을 주었다. 진실된 질서가 바로세워지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구나.. 엄연히 불의가 살아숨쉬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구나.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책을 읽고 드디어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솔직히 읽은 분량에 비하면 뭐라고 언급할 힘이 나지 않는다. 나라를 잃은 것에 전혀 책임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그 기나긴 세월동안 대신 책임을 져왔다는 것에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누군가는 시대가 이러니 어쩌리요.. 라는 헛소리를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족들을, 친구들을 잃고 모든 것을 잃었는지를 읽어가면서 불의에 저항 했던 보통 사람들의 아픔을 읽어가면서 정말이지 분통도 속울음도 떠나가질 않았다.
아니다.
분통만 쌓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크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한국인의 정체성이란 결국 보통사람들의 진실된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한반도에서..
만주에서..
중국대륙에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에서..
하와이에서..
미국대륙에서..
일본에서..
자의로, 타의로 그렇게 온 세상으로 흩어져야 했던 그분들이 그토록 나라를 잊지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신 일들을 일일이 읽고 있노라면 울컥거리는 감정이 떠나가질 않는다. 슬프면서도 즐거운 감정... 그것이 내가 아리랑을 읽으면서 받은 감정이다.
따로 뭐라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감상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받은 충격을 뭐라고 묘사할 수 없는 능력의 부족이 정말 답답할 따름이다.
너무나 감사드릴 따름이다. 이렇게 거대한 성취를 이룩하신 작가 조정래님께 무한한 존경을 드릴 따름이다. 세상은 맘편하게 공부만 하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계기가 되었으니까말이다..
이럴수록 우유부단한 내가 더더욱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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