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달음박질 치면서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잿빛 형제는 아무 대꾸 없이 한동안 걸음을 놓다가, 이윽고 늘 그랬던 것처럼 훌쩍훌쩍 도약하는 사이사이 입을 열었다. "사람의 아이, 정글 관리자, 락샤의 아들, 나에게는 보금자리 형제, 때가 봄이라서 잠시 잊기는 했지만, 너의 흔적은 나의 흔적이고, 너의 잠자리는 나의 잠자리이며, 너의 사냥은 나의 사냥이고, 네가 목숨을 건 싸움은 내가 목숨을 건 싸움이기도 해. 나머지 세 형제들도 마찬가지이고."
(...)
"사람은 결국 사람한테로 간다."
어머니 락샤도, 우두머리 우카일라도, 현명한 카아도 그렇게 말했다.
"낡은 허물을 벗으려무나.
그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야. 그게 법칙이지."
(...)
"별빛이 흐려졌어."
"우리 오늘은 어디에서 잘까? 이제부터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하잖아."
모글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렇게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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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닌 소설로 읽어보는 정글북은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의 동화에서는 주인공에 대한 동경과 모험이야기에 빠져들었다면, 소설 정글북에서는 모글리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코끼리, 들개, 뱀, 곰, 호랑이 등 정글 동물과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게 되었다.
모글리 이야기 외에도 여러가지 단편이 포함되어 있는데 '코끼리들의 투마이', '콰이쿼른', '붉은 개', '봄은 달린다.'는 다른 어느 이야기들보다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인 것 같다.
이 작품이 동물들을 빌려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했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늑대소년을 비롯하여 정글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으로만 읽었으니까 말이다. 그저 여러가지 아름다운 표현과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