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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청강연끄적임 2018. 1. 27. 14:30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 (2006. 9. 22 작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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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15일 부산대학교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1979년 10월 16일은 부마 민중항쟁의 시초로써 민주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부마 민중항쟁의 출발지가 바로 부산대학교 중앙도서관이었고, 도서관의 앞쪽에는 횃불 모양의 조형물이 그날을 조용히 기념하며 묵묵히 놓여있다. 물론 오늘의 학생들은 캄캄한 앞날을 준비하느라 눈코뜰 새도 없지만..강의 예정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10시쯤에 10.16기념관을 찾아갔을때는....
수많은 인파와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난생처음 그런 혼잡함을 맞이한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것이 유명인사의 위력이란 말인가.... 하긴 그간 큰 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산대를 시작으로 순회강연을 시작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게 된 시점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듯 했다.기념관에 들어서니 이미 좌석은 가득 차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과 통로, 복도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다.
행사에 의레 등장하는 대형 현수막과 스크린.. 그리고 카메라들.. 수많은 인파들..김 전 대통령의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일어날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분위기랄까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때문이랄까..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물론 사진을 찍으려는 의도도 있었는데 플래시도 터뜨리지 못하고 ISO만 높여서 찍는 바람에 그다지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물론 나의 능력 부족도 한 몫 했지만)
통로를 따라 입장하시는 김 전 대통령..
그러나 거리가 멀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 모습을 담지는 못했다.학생들의 환영에 화답하는 김 전 대통령
건강의 문제 때문인지 단상은 없이 테이블만 준비되어 있었다.
강연이 이루어지는 동안 쭉 앉아계셨다. 표정이 가끔은 어두워지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약력과 업적(?)에 대한 영상이 진행되는 중..
화면을 보기위해 스크린 쪽으로 위치를 바꾸는 중이다.
영상이 끝난 후 각종 인사들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환영사와 10.16 민주항쟁에 대한 기념사가 이어졌다. 그리고나서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의는 미리 작성된 원고형태를 김 전 대통령이 읽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내용은 솔직히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고 다소 전형적인 미래상에 대한 내용으로 느껴졌다. 부마 항쟁의 발상지인 부산대학교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어 우선은 21세기의 특성에 대해 설명이 이어졌다.
...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이고 세계화의 시대로써 경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환경이 급격히 변화될 것이다.
이제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이다. 산업혁명을 앞세운 서구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을 뿐 아시아의 저력은 예나 지금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경제의 발전으로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공산권 국가든 독재 국가든 민주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이고전세계 어디서나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뿌리내릴 것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 그리고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민족은 21세기 역사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가 있다.
통일이 가장 절실하다. 분단은 항상 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며 지나친 군비지출은 국가적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경제적 자립을 충분히 받쳐주면서 평화적인 통일을 성취해야한다.
민주주의는 확고히 지켜나가야 한다. 민주주의가 없다면 미래도 없다. 우리는 헌신과 희생으로 지금의 민주화를 쟁취했지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생산적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베품이 아니라 고령사회, 지식사회에 걸맞게 지식노동자 양성에 힘쓰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내실있는 복지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문화 강국이 되어야 한다. 강력한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서도 고유한 문화를 일궈낸 역량으로 우리의 문화를 널리 전파하여 한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산업 발전에 이용할 수 있어야한다.
교육에서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영재교육에 의한 다수의 희생도, 평준화에 의한 소수의 가능성 상실도 안 될 일이다. 어떻게 이들의 조화를 이루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국민의 지혜와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여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현재 한반도 문제는 심각한 위기에 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외교관계를 지속함으로써 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을 지켜나가도록 해야 한다.
위폐문제의 경우에도 잠시 보류하거나, 아니면 확실한 증거 제시를 통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북미관계의 경색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대북제재는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고갈 뿐이다. 과거 클린턴 정부가 햇빛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한반도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었던 것 처럼 현 정부도 적극적으로 평화적인 협상을 벌여나가길 바란다.
서생적 문제 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십시오. 원칙에 충실하면서 방법에도 능숙해야 합니다.
자기 양심에 충실하게 살고, 이웃을 위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인생을 사십시오. 그러면 부자가 되지 못해도, 장관이 되지 못해도, 장수를 누리지 못해도 자기 인생의 삶에 만족하는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하지는 못해도, 인생의 삶에서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남북간의 평화적 공존, 평화적 교류, 평화적 통일의 과정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도 없습니다. '철의 실크로드'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발전해 나가는 우리 민족의 '압록강의 기적'의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넘치는 희망을 가지고 책임 있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십시오.
이미 말한 대로 지금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세계화 시대는 세계를 알아야 하고, 세계와 같이 살아야 하고, 세계와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도 세계로 나아가는 동시에 세계를 우리 안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모두 세계인이 되어야 합니다. 영국은 조그마한 섬나라였지만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서 대영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 때 세계의 선두국가가 될 것입니다. 지식민족, 문화민족, 교육민족인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 5천년의 역사 동안 지금과 같이 큰 기회를 만난 때가 없었습니다. 여러분의 전도는 창창합니다. 성공하는 국민이 되십시오.
성공하는 민족의 일원이 되십시오. 그리고 성공하는 세계인이 되십시오. 나는 그것을 믿습니다.
한 가지 재밌었고 놀라웠던 점은 김 전 대통령이 격식을 그렇게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바닥에 앉아 있던 적지 않은 학생들은 김 전 대통령의 요청 덕에 바로 곁에까지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얼마나 부럽던가.. 가지고 온 사진기로 큼지막한 사진을 찍지 못했던 나는 테이블 바로 옆에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는 학생들 (물론 그 기회를 100% 이용한 기자들도 있었다)이 정말 부러웠다.
드디어 강의 후 질문 시간.. 솔직히 가장 기대했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면 강연의 내용이야 미리 검토와 보완을 거쳐 나온 밋밋한 내용에 불과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각과 성격, 태도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살아있는 그대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드디어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질문이 쏟아질 것에 대비한 것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사전 편집(?)을 거친 것인지 질문은 미리 지정된 5명 정도의 인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답변을 들으며 정말 의외의 놀라움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외교적인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한미의 관계, 북미의 관계, 주변 4강 국가들에 대한 우려 등을 솔직하게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 일부만 기록 해보았다.
남북 관계의 전망에 대해서 남북관계는 성공적이며 문제는 북미관계라고 하였다. 이념 보다는 민족 관계를 더욱 우선시 해야한다고 하였다. 개성 공단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역량을 올려줘야 하며 이를 통해장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통일을 성취하도록 해야한다고 하였다.
특히 한반도의 통일을 통해 유라시아 철도의 완성을 이뤄냄으로써 소위 '압록강의 기적'을 이뤄내야한다고 역설하였다.
북한의 도발행위를 중국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 북한이 강대국들의 장기말로 이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북을 이용해 중국에 대한 군비 증강을 하는 셈이다. 특히 일본은 민주주의의 뿌리가 약하다. 민중에 의한 민주화가 아니라 미 군정에 의지한 민주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우익세력이 쉽게 활개를 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네오콘이나 일본의 우익이나 그것이 대다수는 아니다. 그들은 매우 소수이다.전시작전권 이전 문제는? 주한 미군이 전쟁 억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군사 동맹은 상호이익과 상호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해 우리가 정말 미국에 대한 배은 망덕자인가? 월남전, 이라크 파병, 용산 기지이전, 2사단 철수 등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결코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더욱 미국에 협조적이라 할 수 있다.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가 2012년까지는 있어달라고 부탁하는데 2009년이면 된다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 우리에게 너무 하는것이다. 통일을 위해, 그리고 교류를 통한 이익을 위해 어찌되었든 4강과의 관계는 우호적이게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친구일 수록 할말은 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한다.
나는 거인의 등에 올라타서 교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정도만 되도 분명 수많은 말들이 나오고 문제가 될 것인데 다소 파격적인 언급이 여러번 나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김 전 대통령의 소회나 솔직한 감정 등이 묻어나온 언급이니 어느정도는 가감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신문들을 보면서 나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신문마다 자신들의 논지에 유리하게 김 전 대통령의 언급들을 끼워 맞추면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어느 신문은 김 전 대통령의 언급 자체가 불쾌했는지 강연 중간중간에 학생들을 위해 농담수준으로 얘기한 것 들(부산 아시안 게임때 북한 응원단의 방문 등)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면서 은근히 김 전 대통령을 깍아내리고 있었다. 별 이해가 없는 신문은 나름대로 중립적인 기사로 일관했다. 일부에서는 FTA문제나 파병문제, 전작권 문제등에 대해 더욱 큰소리를 쳤고.. 며칠이 지나니 아예 김 전 대통령이 친북 반미적 언행을 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리기 시작했다..개인적으로 이번 강연은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큰 인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것이 처음이라는 점도 있지만 질문과 답변시간을 통해 그 분의 개인적인 신념과 이상을 살풋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비록 의미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6.15 공동 선언과 같은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주역으로 만들었던 동기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각의 범위가 다르지 않은가.. 얼마나 큰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것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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